© claybanks, 출처 Unsplash

 

몇 달 전 군대 입대한 어린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한참이나 어린 후배이지만 동생처럼 잘 따라서 이런저런 이야기 잘 나누던 동생이었는데, 

자대 배치 잘 받았다면서 걸려온 안부 전화였습니다. 

이 친구가 입대 전 몸 조심히 잘 다녀오라며 인사도 나눌 겸 얼굴 보며 이야기를 잠깐 나눴는데,

오랜만에 근황을 들려주는 어린 친구의 말에 잠깐 제 스스로 멘붕을 경험했었습니다.

 

"형, 저 코인으로 얼마 벌었는지 알아요?

1억이에요. 저 이걸로 부모님한테 효도하고 집 사려고요.

요즘은 하루 종인 방에서 모니터로 그래프만 보면서 살고 있어요.

부모님도 별 말 안 하시고, 오히려 응원해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한창 코인이 불장이던 시기에 투자를 시작해서 1억 정도의 수익을 거둔 상황이었습니다. 

투자라고는 부동산밖에 모르고, 아직 실현 수익도 없는 저에게는

약간의 충격과 함께 뉴스에서만 보던 코인판에 뛰어드는 20대가 내 주변에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겉으로는 덤덤했지만, 속으로는 엄청 놀랐던 기억입니다. 

하지만, 이 친구의 이야기를 계속 들을수록,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느끼고 축하해 주게 되었는데요

하루 종일 집에서 그래프만 쳐다보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못할 정도로 몰입하는 모습이

말로만 들어도 절대 쉬워 보이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몰입해서 하고 있구나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돈을 잃는다는 코인판에서 1억 정도의 수익을 어린 친구가 했으니 마땅히 대단하다고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런 이 친구가 군 입대 후 전해 온 사실이 약간 충격이었는데,

입대 후 훈련소에서부터 계속 공황장애를 겪어 너무 힘들었다는 점.

자대 배치받고 지금은 병원을 다니며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생활하기 쉽지 않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밖에 있을 때 꽤나 도전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친구였기에,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 듣는 저도 아연실색이었는데요,

몇 개월을 집에서 그래프만 보다가 낯선 환경과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입대 전에 코인을 다 정리해서 다행이다. 건강 잘 챙겨라."

 

뻔한 말로 위로하며 몇 분 더하고 통화를 마무리했지만, 뒷맛이 너무 씁쓸하게 느껴지는 통화였습니다. 

왜 기분이 씁쓸할까 고민을 하며 적다 보니 생각을 정리해보니,

그냥 이 친구로부터 시작해서 저를 포함한 이 시대의 사람들, 시대 뭐 이런 거대한 담론적인 걱정인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

주식, 부동산, 코인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요즘 시대에서 얼마나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많을까?

혹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정신이 얼마나 아픈지 자각하지 못하고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 어떤 계기로 하나 둘 부러지고 나면, 그 파급효과는 어디까지 미치게 될까?

이래서 있는 사람들은 해자를 파고 성벽을 쌓아 성안으로 들어간다고 하는 걸까?

앞으로 닥칠 모든 종류의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근데 나와 사회를 둘러싼 구성원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나면,

그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는 아직 자각하지 못한 잠재적 위험요소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뭐, 적어보니 점점 확대되네요.

사실, 거대 담론을 저는 싫어합니다. 

 

구체적이지 않고, 딱히 대응 방법이 없는 막연한 이야기보다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대응해 나가는 작은 단위의 삶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오늘 저의 시간을 잘 살아내야겠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을 좀 더 돌아봐야겠습니다. 

 

아픈 사람이 없는지, 나는 괜찮은지를요.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